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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July Vol.32 No.4 ISSN 1598-8384

자유기고

이창수
담수 유해성 조류번성(Freshwater Harmful Algal Blooms)에 대하여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조류연구팀
이창수 선임연구원 E-mail : cslee@nnibr.re.kr

시작말

7월이면 어김없이 뉴스에 이런 소식이 들려온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어디에서 녹조가 발생되었다’는 뉴스다. 때가 되면 여름이 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때가 되었으니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한쪽 귀로 들어갔다 다른 쪽 귀로 나가는 소식이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녹조라는 말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녹조라는 단어가 생긴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추측해보자면 이렇다. 바닷물에서 조류의 번성으로 물빛이 붉게 변하는 적조(red tide, 赤潮)는 세계의 다양한 문헌에 나타나는 오랜 역사가 있는 자연현상이다. 그런데 이제는 강이나 호수에서 물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겪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적조에 대응해서 녹조(green tide, 綠潮)라는 용어가 생겼을 듯싶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강과 호수에서 조수라고 부를 만큼 큰 파도가 없다면, 우리의 입에는 착 달라붙는 이 ‘녹조’라는 단어가 과연 학술적으로 정확한 용어인가 의문이다. 혹자는 이 단어가 녹조(綠類), 즉 녹(綠)색의 조류(藻類)로 쓰이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는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와 같은 분류학적인 용어다. 이러한 이유로 ‘녹조’라는 단어가 대중에게는 친숙하지만 학술적으로는 뭔가 명확하지 않고, 이런 모호한 표현이 어쩌면 사람들에게 더욱 불안감을 유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는 ‘인간활동에 유해한 조류의 급격한 번성’이라는 기술을 좀더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해서 ‘녹조’라는 표현보다는 ‘유해성 조류번성(Harmful Algal Blooms, HABs)’이라고 부른다.

유해성 조류번성의 과거

녹조던지 유해성 조류번성이던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도대체 언제부터 여름철마다 우리나라 강과 호수에는 조류의 번성이 발생했던 것일까? 옛날에도 녹조에 대한 기록이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갑자기 국서편찬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조선왕조실록의 홈페이지(sillok.history.go.kr)를 찾게 되었다. 한문으로 녹조(綠藻)로 검색해도, 녹조(綠潮)로 검색해도, 한글로 녹조로 검색해도 어디에도 우리가 지금 거론하는 그 녹조의 의미를 포함한 문장은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문으로 적조(赤潮)로 검색하니 영조실록 46권, 영조13년(1737년)에 다음과 같은 상소문이 검색된다. “영남에 이르러서는 동해에 적조 현상과 달성에 지진이 일어난 뒤부터 인심이 흉흉하여 진정할 수 없었으며”라고 재변으로 인한 백성의 곤핍함을 아뢰는 상소문을 찾을 수 있다. 내친김에 한글로 적조로 검색하면 더 많은 역사가 펼쳐진다. 태종실록 6권, 태종 3년(1403년) 7월 24일에는 ‘기장의 임을포에서부터 가을포에 이르기까지 물이 황·흑·적색으로 변하였고’, 바로 며칠 뒤인 8월 1일에는 ‘경상도 고성의 박도·번계포 등지에도 열흘 동안 적조현상이 있어서 물고기가 많이 죽고 냄새가 났다’고 한다. 그 해에는 적조가 매우 심각했었던 것 같다. 7월 24일에서 발생한 적조가 9월 14일 경상도 진해까지 확장하며 ‘바닷물이 붉게 변하면서 이어(膩魚)가 많이 죽고 수족(水族)이 모두 죽었다’고 한다. 과거, 유해성 조류번성을 오늘날과 같이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단위부피당 세포수가 얼마나 있다고 정량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록의 문헌에 기록된 문장의 표현만으로도 바다에서 발생하는 적조가 얼마나 심각하고 사람들에게 해가 되었는지를 판단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과거보다 지금의 강과 호수에서 유해성 조류번성이 더 자주 혹은 더 심각하게 발생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보고 듣고 냄새를 맡는 감각과 그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란 것은 몇 백 년 전이나 현대나 비슷할 것 같다. 가령 과거에 어느 강과 호수의 물위에 녹색의 띠가 두껍게 층을 이루고, 무언가가 둥둥 떠다니며, 동시에 악취가 나고, 주위에서 물고기가 폐사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이를 목격한 누군가는 아마도 그 현상이 기이하여 심리적으로는 불안하며, 그 물을 마시거나 써도 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사람의 공통적인 심리반응이 나타났을 것 같다. 그리고 이에 기록이 남아있을 개연성이 높다.

유해성 조류번성의 현재

담수수계에서의 유해성 조류번성의 역사는 좀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현재에 대한 명확한 답이 하나 있다. 그것은 조선시대보다 현재의 인구가 더 많다는 것이다. 광도, 온도와 같은 기후조건의 변화, 영양염류 증가, 도시하수와 농업용수 유출, 정화조나 기타 오수의 배출, 수계의 수심과 유속, 기타 생물학적 먹이사슬의 영향 등등 다양한 환경이 조류의 번성에 영향을 미친다1. 하지만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유해성 조류번성이 발생하는 것은 증가된 인구와 이를 유지하기 위한 각종 인간활동의 부산물이 담수수계를 부영양화 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담수수계 중에서 유해성 조류번성으로 가장 많이 거론된 호수는 대청호다. 대청호는 1980년경에 완공되었는데, 80년대 후반부터는 여름철마다 대청호에서 유해성 조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였다 반복되는 조류의 이상번식에 대응하기 위하여, 1996년에 최초로 대청호에서 조류경보제가 실시되었다. 자료를 확인하면 대청호는 2005년부터 2014년 10년동안 조류경보 발령일수가 450일에 이르는데, 동일 기간 동안 조류경보제가 시행되는 전국 하천과 호수의 조류경보 발령일은 1689일이었으니, 조류경보 발령일의 26.6%가 대청호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2.

여름철 한국의 기후는 온도와 일조량이 높으며, 강수량이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은 광합성에 의해 번식하는 조류에는 일반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다. 타 인공호수에 비해 대청호에서 유해성 조류번성이 심각한 이유는 번식한 세포가 높은 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배양시간과 영양물질이 충분히 제공되기 때문이다. 국내의 호소형 인공호는 제원과 강우량에 따라 상류의 대형 호소형 인공호와 하류의 소형 하천형 인공호의 두 부류로 나뉘고 있다. 소양호, 충주호, 안동호, 대청호 등은 호소형 인공호로서, 하천형 인공호보다 저수된 물의 체류시간이 길다3. 그리고 호소형 인공호 중에서도 대청호의 저수량 대비 유역면적은 3,204㎢/14억9천만㎥으로 소양호(2,703㎢/29억㎥), 안동호(1,584㎢/12억4천8백만㎥)에 비해 저수량 대비 유역면적이 넓다는 특징이 있다4. 추가적인 정량적인 분석과 학술적인 증거가 필요하지만, 유해성 조류가 번성하는 대청호와 같은 호소형 인공호는 농축산업 및 인간활동으로 발생한 오염물질이 강우에 의해 유입되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유해성 조류가 번성한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조류가 유해한 것인지 얼마나 유해한 것인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현재 환경부에서는 일원화된 조류관리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 개선된 조류경보제를 사용하고 있다. 초기 1998년에 대청호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된 조류경보제는 호주의 사례를 준용하여 설정된 기준(경보의 경우 세포수: 5,000 cells/ml, 클로로필a농도: 25 mg/m3)을 사용하였었다. 현재는 국내의 유해성 조류번성 사정을 반영하고, 전문가 포럼과 대국민 공청회를 통해서 기준을 재설정하였다. 개선된 기준에서는 클로로필a의 농도를 기준에서 제외하고, 경보의 경우 10,000 cells/ml의 세포 개체수를 사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재설정된 기준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초기 실시기준이 호주의 사례를 준용한 것인데, 국내의 유해성 조류번성은 세포의 독소함량이 낮고 독성도 낮은 microcystin-RR이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2) 주요 원인종인 남세균은 클로로필a가 아니라 파이코시아닌(phycocyanin)이라는 고유의 남색색소를 갖고 있어 클로로필a의 농도와 남세균 농도와는 연관성이 적고, 3) 개선된 발령기준을 사용하더라도 발령기준일수는 줄지 않기에 기준이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5.

유해성 조류번성의 미래

유해성 조류번성을 관리하는 제도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런데 이런 제도적 개선이 지속적으로 수행돼야 할 이유가 있다. 바로 변화하는 환경과 이에 대응하는 생물의 대응 때문이다. 앞으로는 유해성 조류번성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여름철 유해성 조류번성의 주요 원인종의 하나인 Microcystis에는 microcystin 독소를 생산하는 독성종과 독소를 생산하지 않는 비독성종이 있다. 그런데 온도가 높아지거나 인과 같은 영양염류의 농도가 증가하는 경우 독성종의 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한다6. 즉 향후 수계의 부영양화 정도나 기후 변화가 발생한다면 현재 제정된 기준으로 평가된 위해성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대청호의 기후를 1969년부터 2010년까지 조사한 경우, 여름철의 평균기온은 유의한 상승이 나타나지 않지만 겨울철 평균기온은 1980년 -2.5°C에서 2002년과 2007년의 2.2°C로 유의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연중 20°C 이상 일수는 2001년 131일로 최대치를 나타나며 과거에 비해 고온현상의 기간이 연장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7.

또 다른 사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영양화가 감소한 경우에도 생물은 환경의 변화에 반응한다. 갈릴리 호수라고 알려진 Kinneret 호수는 지난 50년동안 영양염류의 농도를 꾸준히 감소시켜 부영양화 상태에서 빈영양화 상태로 변화하였다. 그런데 이런 환경개선의 노력의 예기치 않은 결과 중 하나는 새로운 남세균종의 출현이었다. 이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염주말목의 Aphanizomenon ovalisporumCylindrospermopsis raciborskii의 새로운 종이 1990년 중반부터 대거 출현하기 시작했다. 이 남세균은 퇴적토에서 겨울을 나는 휴면포자(akinete)를 형성하면서 호수바닥에 침전되었다가 조건이 적당할 때 다시 발아하는 전략으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여 번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호수는 과거 Microcystis가 주로 겨울과 봄철에 발생했었는데, 20년 전부터는 계절에 상관없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가고 있다8.

유해성 조류번성에 대한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해성 조류번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질관리의 기준은 Schindler 박사의 연구결과에서 유래하였다9. Schindler와 동료들은 캐나다의 226번 호수를 거대한 커튼으로 분리하여, 한쪽에는 탄소, 질소, 인을 넣어주고, 다른 쪽에는 탄소와 질소만 넣어주었다. 탄소, 질소, 인을 투입한 호수의 반쪽에서 조류가 번성하였고 다른 쪽에서는 조류의 번성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 드라마틱한 결과는 1973년 국제과학정책회의에서 사용되어 미국과 캐나다의 법률에 세제의 인 사용과 대형 하수처리장에서의 인 제거에 대한 법이 지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Taihu 호수와 같이 고도로 부영양화 되어있는 호수를 중심으로, 인 중심의 조류번성 제어에 한계가 있다는 반론이 부상하고 있다. Pearl 박사와 같은 연구자들은, Taihu 호수의 경우 인간활동에 의한 영양염류와 생물학적 질소고정이 캐나다의 226번 호수와는 양상이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고도로 부영양화 호수에서 유해성 조류번성을 줄이려면 인과 질소를 같이 감소해야 효과적이며, 기존의 인만 줄이는 패러다임은 지나치게 일반적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10.

Schindler 박사의 인 처리 중심의 유해성 조류번성 제어 패러다임 <Schindler 박사의 인 처리 중심의 유해성 조류번성 제어 패러다임9>
Pearl 박사의 질소, 인 동시처리 중심의 유해성 조류번성 제어 패러다임 <Pearl 박사의 질소, 인 동시처리 중심의 유해성 조류번성 제어 패러다임10>

맺음말

우리나라는 국토의 65%가 산악지형이며 대형의 자연호가 거의 없다. 가뭄에 발생하는 수자원 부족과 여름에 집중 강우에 따른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하여 댐 건설과 인공호수 설치로 이어졌다. 가용 수자원은 증가하였으나 동시에 인공호와 같은 담수수계는 부영양화에 취약했고, 남세균과 같은 특정 유해성 조류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었다. 유해성 조류의 대표적인 원인종 Microcystis는 microcystin과 같은 독소를 생산할 수 있어 수자원의 건강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유해성 조류번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현재의 높은 부영양화 수준을 개선하고 동시에 수계에 대한 관리 및 통제 기능을 보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어려운 난제가 등장한다. 바로 수자원에 관련된 다양한 인간활동의 중재 및 이와 연관된 이해당사자간의 조정 과정이다. 이 어려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최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야 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다학제간 연구와 융복합적 기술개발이란 것도 전문가 집단만의 해결법 제시를 넘어 전국민적인 동의를 구하는 노력의 과정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았던 새로운 인간활동과 환경변화로 유해성 조류번성은 더욱 변화할 수 있다. 유해성 조류번성의 주요 원인종인 남세균은 가장 오랫동안 수계에서 서식해왔던 생물 중 하나다. 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번식할 수 있고, 독소는 왜 생산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종이 출현할지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지금은 인간활동에 유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의 수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유해성 조류번성을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 1. Factors influencing the growth of harmful algal blooms. Michigan Sea Grant College Program.
  • 2. Lee, C. S., Ahn, C. Y., La, H. J., Lee, S., & Oh, H. M. (2013). Technical and strategic approach for the control of cyanobacterial bloom in fresh waters. Korean Journal of Environmental Biology, 31(4), 233-242.
  • 3.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 측정분석과. (2003) 대청호 및 금강하구의 수질변화에 관한 조사연구 11-1480355-000002-01.
  • 4. 한국수자원공사. 댐/보수문자료. https://www.water.or.kr
  • 5.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 (2015) 조류경보제 발령기준 조정
  • 6. Davis, T. W., Berry, D. L., Boyer, G. L., & Gobler, C. J. (2009). The effects of temperature and nutrients on the growth and dynamics of toxic and non-toxic strains of Microcystis during cyanobacteria blooms. Harmful algae, 8(5), 715-725.
  • 7. Noh, S., Park, H., Choi, H., & Lee, J. (2014). 기후변화에 따른 대청호 추동지점에서의 남조류 발생 패턴 분석. Journal of Korean Society on Water Environment, 30(4), 377-385.
  • 8. Ostrovsky, I., Rimmer, A., Yacobi, Y. Z., Nishri, A., Sukenik, A., Hadas, O., & Zohary, T. (2013). Long-term changes in the lake Kinneret ecosystem: the effects of climate change and anthropogenic factors. Climatic change and global warming of inland waters: impacts and mitigation for ecosystems and societies (CR Goldman, M. Kumagai and RD Robarts, Eds.).
  • 9. Schindler, D. W. (1974). Eutrophication and recovery in experimental lakes: implications for lake management. Science, 184(4139), 897-899.
  • 10. Paerl, H. W., Scott, J. T., McCarthy, M. J., Newell, S. E., Gardner, W. S., Havens, K. E., ... & Wurtsbaugh, W. A. (2016). It takes two to tango: when and where dual nutrient (N & P) reductions are needed to protect lakes and downstream ecosystems.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50(20), 10805-1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