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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March Vol.37 No.1 ISSN 1598-8384

자유기고

실험실 속의 대장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신호철 박사 E-mail : shinhc81@kribb.re.kr



대장균을 이야기해 보면, 누군가는 동네 뒷산 약수터가 대장균 검출로 폐쇄되어 분통을 터트리고 있을 것이며, 혹은 농수로가 오염되었다는 등의 환경 오염을 생각할 것이다. 필자가 처음 대장균에 대하여 뉴스로 접하였던 것은 1996년 8,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였던 대장균 O-157에 의한 일본 식중독 사건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현재 국내에서도 병원성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식약처에서는 매년 여름과 가을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을 주의하라는 기사를 낸다. 최근 5년간 (2018~2022년) 병원성 대장균으로 인한 식중독은 총 162건, 환자수는 5,347명 발생하였으며, 식중독 발생의 제1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중들은 대장균 하면 보통은 오수, 오염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을 떠 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대장균은 실험에 없어서는 안 될 매우 귀중한 실험 도구일 것이다. 너무 자주 접하다 보니 필자는 종종 뉴스에서 소란을 떨 만큼 대장균이 그렇게 위험한 것인가에 대해 착각하고는 한다. 사실, 대다수의 대장균은 비병원성이며 심지어 장내에서 비타민 K를 만들고 비타민 B군의 흡수를 도와주는 유익한 측면이 많은 세균이다.

그렇다면 생물학자들에게 대장균이란 어떤 존재일까? 대장균은 우리의 실험 환경에 천지개벽에 비견할 만큼의 효율과 효용을 안겨주었다. 만약, 대장균, 플라스미드, 박테리오파지의 프로모터, Lac 오페론과 같은 것들이 없었다면, 연구자들은 지금도 말의 피를 뽑아 단백질을 뽑고, DNA를 합성하고 연결하는데 매우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매우 흔하지만 값진 존재인 대장균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을까? 우리가 일상적인 실험에 사용하는 대장균주는 보통 클로닝 용 대장균과 단백질 과발현 용 대장균 정도로만 구분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실험실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대장균주들의 역사와 특징을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가 흔히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대장균의 학명은 Escherichia coli이며, 이들은 세균역(Bacteria), 프로테오박테리아문(Proteobacteria), 감마프로테오박테리아강(Gammaproteobacteria), 장내세균목(Enterobacteriales), 장내세균과(Enterobacteriaceae), 대장균속(Escherichia)에 속한다. 대장균은 1885년 독일의 소아과 의사였던 Theodor Escherich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1886년 유아의 장내 세균 및 소화 생리학과의 관계(Die Darmbakterien des Säuglings und ihre Beziehungen zur Physiologie der Verdauung) 라는 논문으로 발표된다. 처음에는 Bacterium coli commune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1895년 Bacillus coli라는 이름을 거쳐 1919년 재분류되어 현재는 Escherichia coli로 불리고 있다.


Theodor Escherich와 그의 저서 “유아의 장내 세균 및 소화 생리학과의 관계”(출처: Wikipedia)



대장균의 전자현미경 사진
(출처: Rocky Mountain Laboratories, NIAID, NIH)



대장균의 특성에 대해서는 분자단위까지 잘 알려져 있다. 너비는 약 0.5 μm이며 길이는 약 2 μm 정도되는 막대 모양의 균이다. 그람 음성 박테리아이며, 통성혐기성으로 산소 여부와 상관없이 생존이 가능하다. 건조중량의 약 55%는 단백질이며, DNA는 약 3.1%, RNA는 약 20.5%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대장균 내부의 염(salt) 농도는 대략 200~300 mM 정도이며, 분열 속도가 빠를 때는 세포가 분열하는 동시에 DNA를 복제하기 때문에 chromosomal DNA가 평균 2.3개까지 존재할 수 있다.

대장균의 내부 사정에 대해서는 이미 다양한 이온(ion)들의 평균 개수까지 알려져 있는 것처럼, 대장균의 strain도 굉장히 많은 종류가 알려져 있다. 주요 그룹으로는 A, B1, B2, D, E가 알려져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그룹이 존재한다. 그 중 우리가 실험실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은 A 그룹에 속하는 E. coli K-12 와 E. coli B 일 것이다. 유전자 클로닝에 사용되는 대장균주들은 대부분 E. coli K-12로부터 유래되었으며, 단백질 발현에 사용되는 대장균주들은 대부분 E. coli B로부터 유래되었다.



대장균의 계통수(phylogenetic tree)
(출처: Roy R Chaudhuri, Ian R Henderson. 2012. Infect. Genet. Evol.)



E. coli K-12는 이미 모든 유전자가 알려진 strain으로, 다양한 세포 공장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DH5α와 같은 클로닝용 대장균으로 잘 알려져 있다. E. coli K-12는 1922년 가을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의 한 디프테리아 환자의 대변에서 분리되었다. 배양된 세균은 1925년 스탠포드 대학의 세균학과에 기탁되었으며, 이 때 K-12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어떠한 유래로 K-12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는 다양한 설만 존재할 뿐 정확한 것은 없다. 다만, 처음 발견되었을 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1940년대에 들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찰스 E. 클리프톤이 박테리아의 질소대사 연구에 이 균주를 사용하였으며, 에드워드 L. 테이텀이 받아 연구에 사용하였고, 1946년 조슈아 레더버그와 테이텀이 암수 접합에 의한 유전자 교환을 이 균주를 통해 발견하였다. 그 이후 연구들을 통해 이들은 1958년 유전자 재조합 매커니즘을 밝힌 공로로 조지 W. 비들과 함께 노벨 생리 의학상을 받게 된다.
K-12 균주는 발견 이후 지속적인 계대배양으로 다양한 돌연변이가 일어났으며, 다양한 변이가 도입되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유전자 클로닝에 적합한 균주가 되었다. 우선, 야생 대장균과는 다르게 인간 장에 정착할 수 없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대부분의 항생제에 민감하기 때문에 스크리닝에 항생제를 마커로 활용이 가능하며, Endonuclease가 없기 때문에 플라스미드를 분해시킬 수 없고,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현재 DH1, DH5α, DH10B, TOP10 JM109, Turbo 등이 클로닝용 균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 균주에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유전적 변이가 있으며, 균주의 목적에 맞게 이 외에도 다양한 유전자 삽입, 변이 등이 존재한다.
- recA1 : RecA 단백질은 homologous recombination을 촉진한다. 플라스미드의 유전자가 genome으로 삽입될 수 있기 때문에 제거되어 있다.
- endA1 : Endonuclease는 double strand DNA를 절단한다. 플라스미드가 잘릴 수 있기 때문에 제거되어 있다.
- lacZΔM15 : 정상적인 lacZ로부터 만들어지는 β-galactosidase에 deletion이 일어나 정상적인 활성을 가지지 못하는 ω-peptide가 만들어진다.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lacZα가 삽입되어 있는 플라스미드 (pUC-19 등)가 존재할 경우 정상적인 β-galactosidase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어 X-gal이 포함되어 있는 배지에서 파란색의 콜로니를 볼 수 있게 된다.
E. coli B 균주는 1918년 파리의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처음 분리된 Bacillus coli 균주로부터 유래되었다.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박테리오파지를 연구하던 펠릭스 데렐이 파스퇴르 연구소 컬렉션으로부터 처음 연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균주는 연구소장인 쥴스 보르데와 그의 학생이었던 앙드레 그라티아에게 전해졌다. 쥴스 보르데로부터 전달된 균주는 여러 손을 거쳐 BAM (B American) 라는 이름으로 1963년 등록되었다. 반면, 앙드레 그라티아는 이 균주를 록펠러의 연구원이었던 마샤 볼스타인에게 전달하였으며, 이 균주는 Brussels strain of B. coli 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1942년 막스 델브뤼크와 살바도르 E. 루리아에게 전달이 된 뒤 비로소 E. coli B 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E. coli B 균주 K-12에 비해 단백질 합성 능력이 더 좋고, 세포질의 Lon protease, 세포외막의 OmpT protease와 같은 단백질 분해효소가 결핍되어 있으며, 포도당이 많은 상황에서도 아세트산을 잘 만들지 않고 편모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적어 단백질 생산에 훨씬 유리하다. 이 균주는 BL21으로 개량이 되어 단백질 생산에 많이 사용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E. coli BL21(DE3) 균주는 λDE3 lysogen을 prophage의 형태로 염색체내에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T7 RNA polymerase 유전자가 들어있으며 이는 lacUV5 promoter에 연결되어 있어 IPTG에 의해 발현이 유도된다. 이 T7 RNA polymerase가 있기 때문에 T7 promoter를 가지고 있는 벡터를 이용한 단백질 발현 시스템에 사용된다. BL21과 BL21(DE3)에 적합한 promoter가 다르기 때문에 발현용 벡터의 promoter를 확인하고 균주를 사용해야 한다. 지금은 E. coli BL21(DE3) 균주도 codon plus 계열 등 다양한 목적에 맞게 많은 균주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현재 실험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장균은 더 이상 자연적인 균주가 아니다. 이미 계대 배양을 거쳐 다양한 유전적 변이가 도입되어 더 이상 인체에 감염될 수 없으며, 실험적 유용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유전자의 제거, 삽입 등이 이루어 졌다. 이 대장균은 이제 '생명체'라기 보다는 '생체공장'이라고 불려도 될 만큼 많은 변이가 가해졌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대장균주들이 개발되겠지만, 그들은 사람으로부터 분리된 E. coli K-12와 B균주의 후손들일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단백질과 플라스미드를 생산하고 있는 실험실의 대장균들을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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