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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September Vol.33 No.3 ISSN 1598-8384

자유기고

방예지 박사
맞춤의학과 장내 미생물군집

University of Texas Southwestern Medical Center
방예지 박사 E-mail : Ye-ji.bang@utsouthwestern.edu



서론

맞춤의학

현대 의학은 ‘개인 맞춤의학 (Personalized medicine or Precision medicine)’의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맞춤의학은 각 개인의 유전자, 환경, 생활양식 등의 개별적인 다양성을 고려하여 개개인의 질병을 치료 및 예방하고자 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이는 동일한 질병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획일화된 치료법을 적용하는 기존 의학의 접근법과 대조된다. 기존의 방법은 비슷한 질병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을 기초로 하는데, 같은 치료법에 대한 개개인의 반응 및 효과가 상이하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개인 맞춤의학의 목표는 각 치료법에 대한 개개인의 반응을 예측하고 제어함으로써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 및 치료하는 것이다 (Vogenberg et al., 2010).



장내 미생물군집

인간의 장내에는 1013~1014개에 이르는 세균, 곰팡이, 원생동물 등 다양한 미생물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 이 미생물군집 (microbiota)은 증식에 필요한 환경과 영양분을 인간으로부터 제공받는 대신, 인간이 스스로 합성하지 못하는 주요 영양소 및 대사물질을 제공하여 인간의 물질대사 촉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장 내에 서식하며 병원균의 감염을 억제하고 인간 면역 세포의 분화와 활성화를 촉진하며 인간과 공존을 한다.

이러한 장내 미생물군집은 인간의 유전, 식이, 면역반응 및 다양한 환경 요인의 영향을 받아 유연하게 조절된다. 특히, 숙주인 인간의 적절한 면역반응 조절은 유해한 미생물의 체내 침투를 막고, 동시에 유익한 미생물 군집은 유지함으로써 '인간-미생물군집'의 공생관계를 원활하게 유지시키는 주요한 원동력이 된다 (Hooper, 2009) (그림 1). 이처럼 장내 미생물과 인간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공생을 위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균형은 각종 전염성 질환, 염증성 질환 및 대사 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의 발생 및 경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Kho and Lal, 2018).

최근, 맞춤의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면서 장내 미생물의 개개인의 치료 및 약물에 대한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즉, 개인에 맟춘 영양 및 치료를 통해 인간과 장내 미생물군집의 상호작용을 재구성함으로써 질병을 통제하고 예방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이는 맞춤의학의 구현을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 기고를 통해 장내 미생물군집 및 장내 미생물-인간 상호작용 연구가 맞춤의학의 구현에 가지는 중요한 역할과 한계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그림2
그림 1. 장내 미생물군집과 인간의 공생관계 (Figure from (Durack and Lynch, 2019)


본론

장내 미생물군집 정보를 활용한 질병의 치료

장내 미생물군집과 다양한 질병의 상관 관계 및 그 메카니즘을 밝히기 위한 연구는 현재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한가지는 바로 장내 미생물 군집이 인간의 면역체계를 어떻게 조절하는가 이다 (Skelly et al., 2019). 한가지 대표적 예로, 장내 미생물이 인간의 면역체계를 조절함으로써 항암 약물 치료에 대한 반응을 조절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이 발표된 바 있다 (Gopalakrishnan et al., 2018; Matson et al., 2018; Routy et al., 2018). 이 연구들은 면역 세포의 활성 조절을 통해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치료의 일종인 항 PD-1 (programmed death-ligand 1) 치료가 각 개인에게 상이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점에 주목하였고, 이를 장내 미생물군집과 연결시켰다. 항 PD-1 치료에 긍정적 치료효과를 나타낸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장내 미생물군집은 상이하게 달랐다. 각 장내 미생물군집을 암을 이식한 실험 쥐의 장에 주입한 뒤 항 PD-1 치료를 적용했을 때, 긍정적 치료효과를 보인 환자의 장내 미생물군집을 가지는 쥐가 그렇지 않은 환자의 미생물 군집을 가지는 쥐보다 확연히 개선된 치료 효과를 보였다. 이러한 개선된 치료 효과를 결정짓는 특정 장내 미생물들은 인간 면역세포 중 T cell의 infiltration 및 activation을 유도함으로써 종양에 대한 체내 면역 반응을 향상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는 장내 미생물-인간의 상호작용이 항암 치료제의 효능을 향상시키는 구체적 예로써, 질병의 치료에 장내 미생물군집이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이와 더불어, 장내 미생물군집이 약물의 체내 이용률 및 독성을 조절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장내 미생물은 약물의 구조를 변형시킬 수 있는 효소를 분비하거나 약물의 대사를 방해/향상시키는 대사 산물을 분비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약물의 효과를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약물의 대사에 관련된 인간의 효소를 변형시키거나 관련 유전자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다양한 약물의 효과를 조절 하기도 한다 (Ejtahed et al., 2016). 이는 각 약물의 복용량이 개인의 장내 미생물 군집의 조성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되어야 할 필요성으로 연결된다. 한 예로, 장내 미생물인 Eggerthella lenta의 일부 균주들은 강심제로 쓰이는 Digoxin 을 분해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Haiser et al., 2013), 이는 Digoxin의 효과가 환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맞춤의학의 궁극적인 목표 (환자의 체내에서 약물 생체 이용율을 극대화 시킴과 동시에 그 독성은 감소)를 실현하기 위해서 장내 미생물군집-약물 간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임을 보여주며, 이를 위해 다양한 장내 미생물군집의 각종 약물 대사 능력을 high throughput screening 하기 위한 연구들이 계속 되고 있다 (Javdan et al., 2020).



장내 미생물 군집의 수정 및 편집을 통한 치료

맞춤의학에 미생물군집 정보를 적용시키는데 필요한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미생물군집 자체 혹은 미생물군집의 기능을 수정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각 미생물이 숙주에 미치는 특정 기능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 표적 미생물을 특정하고 그에 맞게 다른 미생물 군집에는 해를 끼치지 않고 미생물 군집의 조성 및 기능을 변경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치료법은 장내 미생물의 수정을 위해 항생제를 사용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병원균의 침입으로 인한 전신 감염의 치료 등에 매우 효과적이지만, 장내 미생물군집을 비 특이적으로 타겟하여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진다. 특정 병원균만을 타겟하는 특이성을 높인 항생제 개발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이다. 이뿐만 아니라 장내 미생물군집의 기능 변경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한 예로, 죽상동맥경화증 (atherosclerosis)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장내 미생물의 대사 산물인 Trimethylamine N-oxide (TMAO)에 주목한 연구가 있다. 장내 미생물이 trimethylamine lyases의 효소작용을 통해 trimethylamine (TMA) 을 생산하는 것이 TMAO 생성의 첫 단계인데, 3,3-dimethyl-1-butanol (DMB) 라는 Choline 유사체의 처리를 통해 장내 미생물의 성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특이적으로 TMA의 생성만을 억제하여 TMAO레벨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밝혀진 바 있다 (Wang et al., 2015). 이는 장내 미생물의 특정 경로의 정확한 타겟팅을 통해 장내 미생물 군집의 기능을 수정함으로써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접근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식이 조절 (Probiotics과 prebiotics의 섭취를 포함)을 통해 장내 미생물 군집을 수정하려는 다양한 접근법도 있다. 식이에 따른 장내 미생물 군집의 조절 효과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각종 섬유질, 탄수화물, 단백질 또는 지방의 양을 조절한 다양한 식이 요법에 따라 장내 미생물 군집이 어떻게 조절되는지 밝힌 다양한 연구들이 보고 되고있다 (De Filippis et al., 2018). 하지만 현재로서는 각 연구의 설계 및 조건 (모집단의 다양성, 샘플 취득 및 보관 방법, 결과 분석법 등)에 따라 상당한 결과의 차이가 있고, 연구간 결과가 상충된 경우가 많다. International Human Microbiome Standard Consortium (http://www.microbiome-standards.org) 등에서 제시한 통일된 실험 절차 및 연구법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이와 더불어, 동일한 종에 속하는 다양한 균주들은 상당히 다른 유전체를 보유할 수 있고 따라서 식이 성분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어려움으로 지목된다. 균주 수준의 높은 가변성을 고려하여 식이가 장내 미생물 군집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역할을 명확히 입증하기 위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맺음말

장내 미생물 군집과 맞춤 의학의 미래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면역 및 염증 관련 질환 등을 치료하기 위해 장내 미생물 군집 정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2). 예를 들어 암을 치료하기 위해 면역요법치료에 들어가는 환자는 먼저 장내 미생물군집 프로파일을 체크하여 면역 체계가 치료를 위한 최적의 상태에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그 후 필요한 경우, 최적의 치료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치료 전 혹은 치료와 동시에 환자의 미생물 군집을 편집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장내 미생물군집 정보가 건강증진에 활용될 전망은 밝지만, 여전히 많은 한계점이 존재한다. 먼저 미생물군집 기반 진단 및 치료법 구현을 위해서는 미생물 군집 분석 결과의 재현성을 향상시키고 해석의 편견을 줄이는 균일한 샘플수집, 시퀀싱 및 분석 표준을 개발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무엇보다도 장내 미생물군집-인간의 상호 작용과 이것이 인간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장내 환경은 식이, 생활방식, 위생상태, 약물복용 등 외부적 요인에 따라서 변화되는 역동적인 환경이므로, 장내미생물의 복잡한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내 미생물 군집의 구조적 특성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가 계속될 필요가 있다.

그림2
그림 2. 각종 omics 데이타에 기반한 개인 맞춤 의학 (Figure from (Petrosino,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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