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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March Vol.33 No.1 ISSN 1598-8384

자유기고

차준석 연구소장
화장품 시장에서 마이크로비옴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단상

㈜더가든오브내추럴솔루션 연구소장
차준석

 

화장품과 퍼스널케어 시장에서 마이크로비옴(Microbiome)이 키워드가 된 지도 3년여가 됐다. 포털사이트에서 마이크로비옴을 검색해 보면, 굉장히 다양한 상품들과 제조사의 홈페이지가 보이고, 최근에는 코로나19와 마이크로비옴을 연결시키는 언론기사도 볼 수 있었다. 물론, 광고나 다름없는 기사들이다. 영국의 시장조사보고서 전문 기업인 Mintel의 신제품 출시 현황(GNPD)에서 최근 1년을 검색해 보니, 275개의 화장품 신제품이 마이크로비옴 연구로 개발했거나 상태를 개선한다고 언급한다. 대부분 유럽과 북미 시장에 출시되는 제품들을 분석한 결과인데, 화장품 원료를 개발하는 필자가 체감하는 것은 그 이상이다. 과연, 이렇게 많은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 만큼 우리는 마이크로비옴에 대해, 특히 우리의 피부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궁금해졌다.

미국의 NIH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Human Microbiome Project (HMP)를 위해 투자한 연구비가 2억 1500만 달러이고, 그것 외에도 8억 8000만 달러의 연구비가 같은 기간 동안 마이크로비옴 관련 연구에 쓰였다고 한다. 1 마이크로비옴 자체의 규명과, 질병으로 이어지는 개인차 분석에 초점을 둔 수많은 연구를 통해, 지금은 신체 부위별로, 질병 종류별로 어떤 미생물이 해가 되고, 어떤 미생물은 이로운지 알게 되었을까? 이 답은 현재 시장에서 최초의 마이크로비옴 신약이라는 성과를 두고 뜨거운 경쟁을 벌이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게 간단하게 답할 수 없다.” 가장 많은 연구비를 쓴 GI tract에 관한 연구로 수많은 미생물을 발견하고,2 이들이 비타민 생산, 면역 조절, 병원균에 대한 저항, 혈중지방 조절 등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확인하였다. 한 편으로, 장내 세균에 의한 short chain fatty acids (SCFA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관련 연구 결과를 치료와 건강 관리에 응용하려는 시도들이 뒤따르니, 위 질문에 매우 긍정적인 답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피부의 경우 연구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분석 대상의 연령, 인종 외에 피부 상태에 대한 data가 함께 있는 경우는 더 적다.3 따라서, 비교분석을 통해 특정 피부 조건과 마이크로비옴의 연관성을 유추할 수 있는 단계에 아직 다다르지 못 했다는 점은 확실히 얘기할 수 있겠다.

그럼, 현재 화장품 시장에서 마이크로비옴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을까? 실제 사례를 들여다보기 전에 화장품과 의약품의 차이를 이해해야 하는데, 아플 때 -한시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하는 의약품과 달리, 화장품은 주관적인 기준으로 골라 매일 사용한다. 피부가 개선됐으니 화장품을 그만 사용하겠다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우리 식약처는 물론이고, 미국의 FDA도 소비자로 하여금 치료제로 오해하게 만드는 화장품 광고를 막고, 판매자를 처벌하느라 많은 노력을 들인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각 브랜드는 독창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장점을 주장해야만 한다. 그 결과 -매우 역설적이지만- 대부분의 화장품 광고는 논리적이라 할 수 없고, 이해하기도 힘든,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문구들로 채워진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 점을 들어 화장품 연구를 비하하기도 한다. 또한, 많은 제품들이 과학적으로 부족하나 충분히 합법적인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호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2년간 국내에서 큰 인기와 매출을 기록하고 현재 북미와 유럽 시장에 진출한 한 제품은 ‘약용식물 추출물과 발효물을 최적의 비율로 사용하여 피부에 생기를 더하고 마이크로비옴을 강화한다’고 설명한다. 이와 경쟁하는, 다른 기업의 제품 설명에는 ‘프리바이오틱을 함유하고 있어 정교한 피부 마이크로비옴을 보호하고 균형을 잡아준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제품들이 아무런 근거 없이 이렇게 과감한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사용된 원료 중 해당 기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보면, 임상시험을 통해 사용 부위의 마이크로비옴 다양성이 높아졌다거나, 여드름이 발생하는 부위에서 Cutibacterium acnes (Propionibacterium acnes)와 경쟁한다고 알려진 Staphylococcus epidermidis의 생장을 촉진한다거나,4 피부 상재균으로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유해균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Staphylococcus aureus의 생장을 저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주를 이룬다. ‘단순히 더 많은 종이 살게 됐다고 해서 피부상태가 개선된 것인가?’ 또는 ‘특정균의 생장을 억제하거나 촉진한다고 해야 할 얘기를 왜 마이크로비옴 전체로 확대 해석하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비판적인 시각보다 위와 같은 ‘적극적인 해석’을 독려하는 것이, 매출의 압박을 받는 화장품 기업 연구소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과학적인 근거가 더 부족한 사례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유통기한이 짧고, 한 번 포장을 뜯으면 빨리 소비하게 되는 식품과 달리, 화장품은 개봉 후 지속적으로 손을 대며 사용한다. 따라서, 품질 저하를 막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적절한 방부제를 사용하는 것이 맞고, 기름과 물을 섞기 위해 다양한 유화제(emulsifier)와 가용화제(solubilizer)를 쓰기 때문에, 방부제를 따로 첨가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들도 있다. 그런데, 많은 소비자들이 방부제가 없는 화장품을 선호하고, 이에 기대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아 피부 마이크로비옴을 해치지 않는다’는 기적의 논리를 펴는 제품들도 있다. 실제 방부제 역할을 하는 성분은 있으나, ‘법적으로’ 방부제라 분류되지 않으니 ‘무방부’라 하는 점도 개운치 않은데, 방부제를 쓰는 화장품들은 내 마이크로비옴을 해치는 것처럼 말하는 것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프로바이오틱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 죽었지만 제품 안에서 세포가 형태를 유지하도록 개발한 원료를 사용했다는 제품도 있다. 열멸균을 거친 세균이 앞서 말했듯이 유화제를 포함한 제품 내에서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지 의문이고, 확인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데, 해당 제품이 피부의 마이크로비옴을 ‘개선’해서 더 나은 ‘보습제’가 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주지한 것처럼, 위와 같은 사례가 화장품 기업들의 연구 방식과 영업 행태에서 비롯되는 문제만은 아니다. 더 과학적인 방법과 잣대로 제품을 설계하고 평가하려고 하면, 관련 기초연구의 결과가 없는 상태에서 경쟁력을 잃기 십상이고, 긴 노력 끝에 성공적으로 개발한다 해도 ‘화장품은 약이 아니’라는 시장에 내놓을 수 없을지 모른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상수인 상황에서 기업은 법의 울타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그 노력의 결과는 위에 살펴본 바와 같이 소비자들의 혼란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입증 가능한 테두리 안에서 독창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해석을 싣고 있는 제품들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이를 구별해내는 것은 불가능하고, 결국 더 나은 노력이 들어간 제품이 경쟁력을 잃게 된다. 최근 나이에 따른 특정 상재균의 분포 변화나,5 피부질환에 대한 입체적인 마이크로비옴 관찰이 지역별로 이어지고 있지만,6 체계적이고 다양한 연구 결과가 많이 쌓여야 하고, 이런 결과를 정확히 해설하고 평가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중이 제 머리를 깎지 못 하듯, 이 모든 것들을 기업의 의무로만 돌리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피부 마이크로비옴을 더 정확히 이해하는 학계의 기초 연구와 교육이 먼저 이루어져야 좋은 제품들이 선택을 받고, 비로소 기업들은 더 과학적인 방법과 신뢰를 고민하게 된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은 인류 역사에서 사라진 적이 없고, 불과 100년 정도만 돌아봐도 생명을 위협하는 독극물이나 기상천외한 치료법이 유행했으니,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도 곧 더 나은 모습으로 진보할 것이라 믿는다. 치명적인 질병들에 비해 과학자들의 관심이 덜한 피부과학 연구에도,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훌륭한 연구들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References

  • 1. NIH Human Microbiome Portfolio Analysis Team, review of 10 years of human microbiome research activities at the US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Fiscal Years 2007-2016, Microbiome (2019) 7, 31.
  • 2. W. Dieterich et al., Microbiota in the gastrointestinal tract. Med. Sci. (Basel) (2018) 6, 116.
  • 3. S. R. Ellis et al., The skin and gut microbiome and its role in common dermatologic conditions. Microorganisms (2019) 7, 550.
  • 4. J. M. Gitte et al., Antagonism between Staphylococcus epidermidis and Propionibacterium acnes and its genomic basis. BMC Genomics (2016) 17, 152.
  • 5. Y.-G. Lee et al., A 1,1′-biuracil from Epidermidibacterium keratini EPI-7 shows anti-aging effects on human dermal fibroblasts. Appl. Biol. Chem. (2019) 62, 14.
  • 6. Z. Sun et al., A Microbiome-Based Index for Assessing Skin Health and Treatment Effects for Atopic Dermatitis in Children. mSystems (2019) 4, e00293.